- 대한석탄공사 관리 비축탄 ‘절반이 가짜’…사라진 석탄은 어디로 갔나
국가가 비축한 1000억 원대 석탄을 직접 확인해본 결과, 그 안에는 연료가 아닌 폐기물이 묻혀 있었다.
강원 태백 철암저탄장에 쌓여 있던 무연탄 약 42만 톤. 장부상으로는 ‘국가 비축 자산’이었지만, 실제 현장은 경석과 목재, 각종 폐자재가 뒤섞인 거대한 폐기물 더미에 가까웠다.
이 비축장을 관리해 온 곳은 대한석탄공사다. 석탄공사가 정부 방침에 따라 비축 업무를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전수 점검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비축탄의 실체가 사실상 ‘석탄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겉으로는 정상 석탄처럼 보였지만 내부를 파보자 불연성 폐기물이 대량으로 섞여 있었고, 보도에 따르면 비축 물량의 절반 안팎이 연료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것이다.
수십만 톤 규모의 국가 비축 자산이 이런 상태로 장기간 방치돼 왔다는 점에서 단순 관리 미숙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도별 입·출고 기록과 재고 산정, 선별·적치 과정의 검수, 현장 출입 통제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발생하기 힘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부에는 ‘정상 비축탄’으로 남아 있었고, 실제 현장은 폐기물에 가까운 상태로 굳어 있었다.
대한석탄공사는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 11월께 인지한 뒤 강원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비축량을 실제보다 부풀렸을 가능성, 정상 석탄이 관리 공백을 틈타 외부로 반출됐을 가능성, 폐기물 혼입이 고의였는지 단순 방치였는지 등을 놓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장부에만 존재하는 석탄과 현실에서 사라진 석탄 사이의 괴리다.
더 큰 문제는 왜 지금까지 아무도 이를 확인하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국가 비축 자산은 가격 변동성뿐 아니라 실물 관리가 핵심임에도, 정기 실사와 샘플링 검사, 외부 감사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이번 사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국가 자산’이라는 이름만 유지된 채 실체는 검증되지 않은 숫자로 남아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관리 공백의 배경에는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의 책임 실종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석탄공사는 석탄 산업 축소 정책 속에서 사실상 청산 수순에 접어들었고, 정직원 대거 퇴직 이후 소수 인력만 남아 정리 업무를 수행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대규모 비축 자산을 책임질 조직과 통제 체계가 약화된 상태에서, ‘관리 주체는 있었지만 관리 책임은 흐려진’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비축 기능을 광해광업공단으로 넘기며 정리를 추진했지만, 이관 이전의 관리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관 과정에서야 실태가 드러났다는 점은, 그동안의 감독과 점검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되묻게 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공기업 부실 관리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보유했다고 믿었던 1000억 원대 실물 자산의 실체가 사라졌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폐기물로 채워진 비축장, 뒤늦은 내부 인지, 그리고 경찰 수사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남은 질문은 하나다.
대한석탄공사가 관리하던 국가 석탄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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